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이 한 달여 만에 100만명 넘게 몰렸는데 심사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지급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재갑 장관은 지난달 29일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송구스럽다"고 하기도 했다. 고용부가 심사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그 결과 코로나 위기 대응 정책을 세워야 할 고용부 핵심 인력들이 기간제 근로자들의 업무까지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장관급은 1억3164만원, 차관급은 1억2785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신청자 10명 중 2명도 못 받아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코로나 사태로 소득이 급감한 특수형태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 등 현금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총 150만원을 주는 지원금이다. 지난달 1일부터 온라인 접수가 시작됐다. 지난달 22일부터는 오프라인 접수도 시작됐다.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신청이 절반씩의 비율로 들어오고 있지만, 전체 신청 건 중에선 온라인 접수가 더 많다고 한다. 신청자는 정부 예상보다 많았다. 이달 5일까지 총 115만9740명이 신청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다. 마감일은 이달 20일까지지만 애초 정부가 계획한 인원(114만명)을 이미 넘겼다. 신청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4월 말 코로나 고용 대책 중 하나로 이 지원금을 내놓으며 "신청 이후 2주 안에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전화 응대와 서류 접수, 심사를 전담할 두 달짜리 기간제 근로자 1235명도 새로 뽑았다. 여기에 인건비 56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 지원금이 지급된 비율은 10%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방 주겠다더니 감감무소식'이라는 항의성 민원 전화가 고용부에 쏟아지고 있다.
◇"예상됐던 문제인데 안이하게 대응"
장관까지 나서서 서류 심사를 하는 것은 심사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원 대상이 맞는지, 소득이 실제로 줄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각종 서류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류 보완이 필요한 경우가 전체 신청의 80%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애초부터 예상 가능했다. 영세 자영업자나 택배 기사 같은 특수고용 근로자가 소득이나 매출을 서류로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거나, 각종 세금 관련 서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접수된 서류 중엔 식당에 있는 'POS (판매관리시스템)' 기계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 낸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용부는 "소득이나 매출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하나하나 보완해달라고 하고 있다"고 했다.
기간제 근로자 1235명의 업무 미숙도 겹쳤다고 한다. 고용부는 기간제 근로자들이 업무에 익숙해지면 심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청은 폭증하고, 처리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고용부가 심사와 지급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코로나 경제 위기로 지원금을 애타게 기다린 서민들이 피해를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원들에게 서류 심사를 맡기는 과정에서 "고용센터 등은 이미 고용유지지원금과 실업급여 신청이 폭증해 업무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인데 정책 실패로 인한 추가 업무를 떠넘긴다"는 내부 반발도 있었다고 한다.
July 06, 2020 at 11: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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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넘게 몰린 지원금신청… 고용부 장관까지 서류에 파묻혔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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